알파마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파두 하우스 파헤이리냐 드 알파마(Parreirinha de Alfama)를 방문했다. 1950년 전설적인 파두 가수 아르젠티나 산투스가 소유하며 파두 하우스로 운영한 이곳은 파두의 여왕 아밀리아 호드리게스가 수차례 공연한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프라이빗하면서도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전통적인 공연장 분위기 속에서 포르투갈의 전통 의상인 검은 원피스에 하얀 에이프런을 두른 여성들이 디너 코스를 서빙한다. 공연은 예약제로 이뤄지고, 식사를 하며 파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파두는 리스본을 처음 찾는 이는 물론, 이미 여러 번 방문한 이에게도 매번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그것이 이 도시와 이 음악이 지닌 운명적 힘이다. 리스본의 밤, 작은 바에서 울려 퍼지는 파두의 선율은 우리 모두가 지닌 사우다지, 그리고 그리움과 사랑의 기억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 아닐까.
Lisbon I
언덕 위에서 얻은 위안, 리스본 I
LISBONE is…
리스본, 리스보아. 어떻게 불러도 낭만적으로 들리는 도시.
테주강과 대서양이 만나는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이 도시 주변에는 7개의 언덕이 자리한다.
특히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풍경은
사계절, 어떤 날, 어느 시간에 방문해도 결코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테주강과 대서양이 만나는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이 도시 주변에는 7개의 언덕이 자리한다.
특히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풍경은
사계절, 어떤 날, 어느 시간에 방문해도 결코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1 Tram
트램
시간의 궤적을 달리는 리스본의 시간 여행자
포르투갈의 트램, 그중에서도 리스본의 트램은 세계인이 리스본을 찾는 상징이 되었다.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리스본 트램은 사람들의 일상에 깊게 뿌리내린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19세기 후반, 말이 끄는 마차 형태로 처음 도입해 20세기에 전기식으로 변화한 후 현재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8번 트램은 1930년대에 설치해 현재까지 동일한 노선을 유지하고 있어 한 세기 가까운 세월을 이 도시가 어떻게 견뎌왔는지 보여주는 역사적 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좁은 골목길과 언덕이 많아 ‘언덕의 도시’라 불리는 리스본의 구석구석을 잇는 이 트램은 도시의 과거를 재현하며 그 시절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메트로, 버스 등 근대화된 교통 시스템이 존재함에도 트램을 여전히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 Belém District
벨렝 지구
대항해시대, 그 위대한 여정의 첫걸음 따라 걷기
리스본의 강바람이 살랑이는 오후, 도시의 서쪽 끝자락 테주강을 따라 자리한 벨렝 지구로 향한다. 벨렝 지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웅장한 제로니무스 수도원이다. 르네상스와 고딕 양식이 절묘하게 결합된 이 수도원은 포르투갈이 세계를 탐험하고 정복하던 시기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포르투갈의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 안에서는 바스쿠 다가마를 비롯한 수많은 모험가가 항해 전 기도를 올리곤 했다고. 벨렝 지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보석은 벨렝 탑이다. 테주강 변에 우뚝 선 이 탑은 원래 방어 시설로 지은 것으로, 지금은 리스본에서 사랑받는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었다. 화려한 마누엘 양식의 아치와 세밀한 조각들이 아름답게 수 놓인 탑 위에 서면 테주강 너머로 뻗어나가는 지평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한때 세계로 향하는 출발점이기도 했던 탑은 이제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아 시가지 풍경을 내려다보게 한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대항해시대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발견기념비(Padrão dos Descobrimentos)다. 1960년에 완성한 이 기념비는 포르투갈 탐험가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들의 용기와 호기심을 기리고자 건립했다. 커다란 배의 형상을 한 구조물은 높이만 무려 52m로, 포르투갈의 위대한 항해자이자 왕자인 엔히크 항해왕을 비롯한 수많은 탐험가, 지도 제작자, 과학자의 조각상이 새겨져 있다. 이곳에 서서 그들이 쉼 없이 나아가던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대항해시대의 거친 파도를 헤치며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던 이들의 용기와 꿈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전망대에 오르면 테주강과 리스본의 전경이 펼쳐지는데, 그들이 보았을 지평선이 지금도 눈앞에 그대로 존재한다.
#3 LX Factory
LX 팩토리
리스본 아티스트들의 놀이터
알칸타라 지구에 위치한 이곳은 1846년에 세운 방직공장으로 한때 리스본 산업의 중심지였다. 버려진 공간으로 방치되던 이곳이 2008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예술과 창작,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가득한 현대적 복합 문화 공간이자 포르투갈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LX 팩토리에 들어서면 건물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는 아트워크와 스트리트 아트가 가득하다. 벽마다 펼쳐지는 강렬한 색채와 거친 붓 터치는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호스텔, 각종 상점, 스튜디오, 디자인 회사, 레스토랑 등 50개 이상의 회사와 상점이 밀집된 공간 곳곳에는 독특한 소품 가게와 아티스트들의 작업실, 디자인 스튜디오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곳이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니라 리스본 창작자들의 놀이터이자, 뉴트로 감성이 가득한 힙스터들의 성지요 핫 플레이스임을 방증한다.
특히 레르 데바가르(Ler Devagar) 서점은 LX 팩토리의 핵심 명소 중 하나로, 날아가는 자전거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이곳을 방문한 누구라도 사진을 남기고 싶어 한다. 벽면을 가득 메운 책들과 LP판 사이에서 서성이다 보면, 이 공간이 품은 깊이와 역사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특히 레르 데바가르(Ler Devagar) 서점은 LX 팩토리의 핵심 명소 중 하나로, 날아가는 자전거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이곳을 방문한 누구라도 사진을 남기고 싶어 한다.
#4 Fado
파두
리스본의 파두 하우스를 가득 채우는
노래는 우리 마음속 감춰둔
기억과 감정을 끄집어내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위로한다.
노래는 우리 마음속 감춰둔
기억과 감정을 끄집어내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위로한다.
영혼의 소리를 따라서
리스본의 밤이 깊어질수록 도시 곳곳의 작은 바와 레스토랑에서는 한 줄기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소리에 이어지는 애절하고도 강렬한 목소리는 바로 포르투갈의 전통음악, 파두(fado)다. 파두는 단순한 음악을 넘어선 리스본의 정체성이며, 세대를 거쳐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문화적 상징이다. ‘파두’는 운명(fate)을 의미하며, 그 이름처럼 음악 속에는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상실의 감정이 깃들어 있다. 정확한 기원은 여전히 수수께끼에 싸여 있지만, 19세기 리스본의 선원과 노동자 계층 사이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리스본에 흘러 들어온 브라질, 아프리카의 음악이 합쳐져 탄생한 음악이기도 하다. 바다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애타는 마음과 긴 항해에서 느낀 뱃사람의 외로움이 파두의 멜로디와 가사에 녹아 있다.
파두의 음악적 구성은 단순하다. 12줄짜리 포르투갈 기타가 애절한 선율을 이끌고, 이를 클래식 기타가 서정적으로 받친다. 그러나 파두의 진정한 힘은 가수의 목소리에 있다. 마치 삶의 모든 고통과 기쁨을 한숨으로 녹여내듯, 파두 가수들은 그들만의 목소리로 노래를 읊조린다. 사우다지(saudade), 즉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과 향수를 노래하는 것이 파두의 핵심이다. 파두는 리스본의 오래된 골목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알파마(Alfama)나 바이후 알투(Bairro Alto) 같은 지역을 거닐다 보면, 선술집들에서 자연스럽게 파두 공연이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파두는 무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고, 공연자와 청중이 하나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누구나 노래의 주인공이 되고,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슬픔과 기쁨을 파두를 통해 공유하는 것이다.
#5 Miradouro
전망대
노을 속 리스본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내는 곳
리스본은 그 자체로 거대한 풍경화 같은 도시다. 이 풍경화를 한눈에 제대로 조망하기 위해서는 전망대에 오르는 것이 필수. ‘7개의 언덕’이라 불리는 도시답게 리스본에는 언덕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절경이 즐비하고, 그런 만큼 곳곳에 다양한 전망대가 자리한다. 저마다 다른 시간, 다른 빛깔로 리스본의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하니 일단 어디든 올라가보기를 권한다.
그라사(Graça)전망대는 언덕을 천천히 오르며 리스본의 오래된 골목과 건물들을 지나면 도착하는 곳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상조르즈성의 모습은 그 어떤 그림보다 웅장하고 섬세하다. 성을 뒤로한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으니, 시간마저 천천히 흐르는 착각에 빠져든다. 노을이 시작되면 붉게 물들고, 상조르즈성이 황금빛으로 빛나며 마치 오래된 동화 속 같은 장면이 도시 곳곳에서 펼쳐진다. 노천카페에서는 현지인들이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고, 거리 음악가들의 낭만적인 연주가 들려와 그 순간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라사(Graça)전망대는 언덕을 천천히 오르며 리스본의 오래된 골목과 건물들을 지나면 도착하는 곳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상조르즈성의 모습은 그 어떤 그림보다 웅장하고 섬세하다. 성을 뒤로한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으니, 시간마저 천천히 흐르는 착각에 빠져든다. 노을이 시작되면 붉게 물들고, 상조르즈성이 황금빛으로 빛나며 마치 오래된 동화 속 같은 장면이 도시 곳곳에서 펼쳐진다. 노천카페에서는 현지인들이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고, 거리 음악가들의 낭만적인 연주가 들려와 그 순간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리스본의 전망대들은 시간에 따라,
빛의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이 도시가 얼마나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이곳으로
올라가야 하는 이유는 이토록 분명하다.
빛의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이 도시가 얼마나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이곳으로
올라가야 하는 이유는 이토록 분명하다.
또 다른 곳, 상페드루 드 알칸타라(São Pedro de Alcântara) 전망대는 구시가와 강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장소다. 작은 정원을 품고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고, 한쪽에 늘어선 벤치에 앉아 시내를 조망하기도 그만이다. 이곳에서 보는 리스본의 풍경은 화려하지 않아도 세련된 무드가 느껴진다. 밤이 되면 불빛이 도시를 수놓고, 리스본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낮과 밤, 시간에 따라 변하는 도시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에서의 시간은 특별한 여정으로 느껴진다.
알파마 지역에 위치한 산타루치아 전망대(Miradouro de Santa Luzia)는 리스본의 가장 오래된 지역과 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다. 이곳에서는 강 건너편까지 한눈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데, 특히 리스본의 해가 높이 떠오르기 시작할 즈음이나 저녁 무렵에 오면 알파마 지구의 하얀 집들과 붉은 지붕들이 햇살에 반짝이며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전망대 테라스에는 작은 정원이 자리해 꽃과 나무들 사이로 강 건너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벤치에 앉아 포르투갈의 일상을 둘러보고 있으면, 알파마의 옛 골목과 사람들의 삶이 그 자체로 풍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