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o : III

항구와 푸른 타일의 낭만, 포르투

PORTO is…
포르투는 포르투갈 북부의 대표 도시로,
대서양의 바람이 스며드는 곳이자 도루강이 잔잔히 흐르는 그림 같은 도시다.
‘항구’를 뜻하는 도시 이름처럼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도루강 하구 언덕에 풍경처럼 펼쳐져 있다.

#6 Rua das Flores

플로레스 거리

골목마다 삶과 낭만이
피어나는 가장 매혹적인 거리

‘꽃길’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 후아 다스 플로레스에 걸음을 내딛는다. 발끝에 느껴지는 돌바닥의 질감, 거리 끝에서 들려오는 기타 선율, 그리고 어딘가에서 풍겨오는 막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까지. 모든 것이 이곳을 직접 걸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감각들이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조금 더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바로 이 점이 단순히 예쁜 거리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한 후아 다스 플로레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거리의 역사는 1521년, 마누엘 1세가 귀족들의 주거지를 개발하기 위한 부지를 조성하면서 시작됐다. 세월이 흐르며 이곳은 점차 상업의 중심지로 변모했고, 포르투의 경제적 발전과 함께 역사를 써 내려왔다. 17~18세기의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줄지어 늘어선 풍경은 과거의 장엄한 역사와 현대적 감각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오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는다. 오늘날 보행자 전용 거리로 탈바꿈한 이 거리는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는 공간이 되었다. 전통 도자기와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부터 감각적인 향수 가게, 독립 서점까지 길을 따라 이어진 상점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한껏 뽐낸다.

#7 Livraria Lello

렐루 서점

BBC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

포르투의 오래된 골목을 걷던 중, 그저 그런 관광 명소와는 다른 기운을 발산하는 독특한 공간을 마주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첫손에 꼽히는 리브라리아 렐루다. 아르누보와 고딕 양식이 조화를 이룬 건물의 문을 여는 순간부터 심상찮은 기운이 느껴진다. 화려한 목제 조각 기둥과 붉은 나선형 계단, 은은한 햇살이 스며드는 스테인드글라스까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안으로 들어온 듯한 내부는 내딛는 걸음마다 과거를 소환하는 듯하다. 서점을 지은 형제, 조제와 안토니우 렐루는 책을 사랑하는 출판업자였다. 이들은 서점이 상업 공간을 넘어 포르투의 지적 문화 중심지가 되기를 바랐다. 1906년, 2년의 공사 끝에 완공된 건물은 당대의 미학을 집대성한 결과물로 주목받는다. 그중에서도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 장식 가운데에 적힌 ‘Decus in Labore(노동의 존엄성)’란 문구가 인상 깊다. 책과 예술, 지식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이 헌사는 오늘날까지 서점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서가 한구석에는 책을 나르기 위해 사용한 원목 카트가 그대로 남아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잇는다.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또 다른 키워드는 ‘해리 포터’다. 서점의 상징인 붉은 나선형 계단은 호그와트의 ‘움직이는 계단’이 현실에 존재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비록 작가 조앤 K. 롤링은 이곳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을 부정했지만, 그저 루머라기에는 공간이 뿜어내는 마법 같은 분위기가 너무나도 강렬하다. 실제로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이곳이 성지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많은 방문객이 마치 호그와트의 학생이 된 듯 사진을 찍으며 자신만의 마법 같은 순간을 기록한다. 렐루 서점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밥 딜런이 고교 시절 연인에게 쓴 연애편지를 경매에서 67만 달러(2022년 기준 8억 6000만 원)에 낙찰받아 화제가 되었고, 매년 새로운 문학 이벤트와 전시회를 개최한다. 최근에는 서점 보호와 관람객 수 관리를 위해 온라인 예약 시스템도 도입했다. 8유로의 입장료는 책 구매 시 할인 혜택으로 돌아온다. 서점 밖으로 나서면, 문득 현실로 돌아온 기분에 잠시 멍할 만큼 렐루에서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포르투를 떠올릴 때마다 붉은 계단 위에서 맞이한 그 순간의 빛과 공기, 그리고 오래된 책의 향기가 다시금 마음속에 떠오를 거라는 즐거운 예감이 머리를 스친다.

#8 Mercado do Bolhão

볼량 시장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시식 코너와
현지 상인들의 활기찬 에너지가
방문객을 맞이하는 볼량 시장.
갓 잡아 올린 해산물을 안주 삼아
포르투갈 와인을 즐기며
현지 미식을 체험할 수 있다.

포르투의 삶과 미식을 만나는 곳

어느새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볼량 시장으로 향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코끝을 스치는 짭짤한 해산물과 과일의 달콤한 향 덕분에 온몸의 감각이 모두 깨어나는 듯하다. 포르투 시민들이 매일 장을 보며 삶의 리듬을 쌓아가는 이곳은 단순한 시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상인들은 직접 잡은 생선이나 농장에서 딴 신선한 농산물을 자신 있게 내밀고, 에스프레소와 갓 구운 빵을 손에 든 사람들이 서로의 하루를 나누는 곳. 포르투만의 생동감은 이곳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1850년에 문을 연 볼량 시장은 2018년부터 시작한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거쳐 2022년 다시 문을 열면서 훨씬 쾌적하고 현대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여전히 신선한 재료로 포르투 사람들의 식탁을 책임지며, 관광객에게는 독특한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곳곳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포르투갈 와인을 즐기는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시장 내 미식 투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포르투갈 사람들의 소울 푸드인 형형색색 정어리 캔이 진열된 우구 실바(Hugo Silva)로 발걸음을 옮기면, 와인 숍을 함께 운영하는 친절한 사장님을 만나게 된다. 사장님이 흥미로운 설명과 함께 정어리를 한입에 먹기 좋게 수저 위에 올리고, 그에 어울리는 와인을 페어링해주는 식. 비단 정어리만이 아니다. 수산 코너에서 싱싱한 멍게, 새우, 성게알 등 다양한 해산물을 고르면, 즉석에서 먹기 좋게 손질해 준다. 짭조름한 바다 향이 나는 해산물에 포르투갈의 그린 와인을 곁들여도 좋다. 단순한 시장 구경을 넘어, 포르투갈 사람들을 만나는 로컬 여행을 체험하고 싶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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