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o : II

항구와 푸른 타일의 낭만, 포르투

PORTO is…
포르투는 포르투갈 북부의 대표 도시로,
대서양의 바람이 스며드는 곳이자 도루강이 잔잔히 흐르는 그림 같은 도시다.
‘항구’를 뜻하는 도시 이름처럼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도루강 하구 언덕에 풍경처럼 펼쳐져 있다.

#4 Azulejo

아줄레주

타일 위에 펼쳐진
파란 꿈과 오래된 이야기들

여행을 하다 보면 공기 자체가 확연히 다르게 다가오는 도시가 있다. 포르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 그랬다. 아마도 그 80%쯤은 거리의 벽마다 펼쳐진 푸른빛 타일, 아줄레주 때문일 터. 포르투갈의 거의 모든 건물이 내외부를 타일로 꾸몄지만, 포르투에서는 그 풍경이 더욱 도드라진다. 도시의 비주얼 브랜딩에 상징으로 쓰이기도 한 아줄레주는 시 차원에서 보호받는 일종의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낡은 건물을 재건축할 때 장식된 외벽을 제외한 내부 공사만 허용할 정도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타일의 색조와 질감이 빛과 바람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른 아침, 새벽빛을 받아 맑고 부드럽게 반짝이던 벽은 해 질 무렵이면 한낮의 시간을 품은 따뜻한 회색빛으로 변한다. 바다를 건너온 항해의 꿈과 오랜 왕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타일들은 걸음을 뗄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하다.
‘작고 광택이 나는 돌’을 가리키는 아줄레주가 포르투갈의 시각적 아이콘이 된 배경에는 오랜 역사가 깃들어 있다. 8세기에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하던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기하학적 문양의 타일을 궁전과 사원에 장식해 권력과 신앙을 나타내는 풍습이 있었다. 이후 아줄레주는 포르투갈로 넘어오며 마누엘 1세의 손에서 완전히 새로운 예술로 거듭나게 된다. 16세기 초, 푸른 타일에 매료된 그가 자신의 궁전을 아줄레주로 장식할 것을 명하면서 포르투갈의 상징으로서 지위를 확보한 것. 결국 리스본과 포르투를 비롯한 여러 도시의 교회, 수도원, 기차역, 심지어 개인 주택까지 뒤덮은 아줄레주는 포르투갈인의 일상에 깊이 파고들었다. 타일의 색상이 푸른색과 흰색 위주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대항해시대에 바다와 하늘을 닮은 색은 신대륙으로 항해하던 포르투갈인들의 정신을 상징하며, 타일 하나하나에 국가의 신화와 현실을 정교하게 새겨놓았다.
포르투 곳곳을 채운 아줄레주는
도시의 영혼을 담은 푸른 그림책과도 같다.
건물 외벽을 장식한 타일들은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문양으로
포르투갈의 역사와 일상을 그려낸다.

#5 Rio Douro

도루강

포르투의 낭만을 실어 나르는
황금빛 물결이여

해 질 무렵 도루강 위를 흐르는 보트에 앉는다. 마치 시간이 천천히 녹아내리듯, 잔잔한 물결이 금빛으로 반짝이고 강 위로 드리운 다리들은 거대한 액자처럼 도시를 감싸안는다. 리베이라 지구에서 들려오는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상쾌한 바람결에 실려 온다. 그 순간 나는 이 강이 포르투를 살아 있게 만드는 심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상과 추억이 흐르는 강이자 포르투 시민들의 영혼과도 같은 존재. 도루강의 유구한 역사에는 두 나라의 이야기와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 약 770km에 이르는 긴 강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가로지르며 유럽 남서부의 문화와 상업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도루 계곡은 포도 재배지로도 유명한데, 강을 따라 형성된 와이너리들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포트와인의 탄생지다. 이 강이 수 세기 동안 와인을 운반하던 통로였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도루강을 유유히 항해하던 전통 와인 운반선 하베루(Rabelo)는 현재 관광용 보트로 사용되며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약 50분간 진행하는 보트 투어에 참가하면 강 위를 유유히 떠다니며 도시의 랜드마크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도루강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동 루이스 1세 다리(Ponte de Dom Luís I)’다. 강변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이 압도적 규모의 아치형 철제 다리는 에펠탑 설계자의 제자가 건축한 것이라고. 언제 봐도 아름다운 우아한 구조물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포르투갈 최초의 철교인 마리아 피아 다리(Ponte Maria Pia)가 나타난다. 1877년에 완공한 이 다리는 산업화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자, 강 위에 우뚝 선 역사적 유산이다. 도루강을 제대로 즐기려면 앞서 언급한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강변에 자리한 와이너리와 레스토랑 어디서나 도루 계곡의 포도밭에서 탄생한 포트와인을 흔하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 질 녘 강물에 비친 도시는 오렌지빛으로 물들며 마치 오래된 그림엽서 속 풍경처럼 변한다. 한 잔의 포트와인과 함께 강변 테라스에 앉아 그 순간을 지켜보는 일, 이것이야말로 여행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장 낭만적인 방식이 아닐까. 강변을 따라 걷는 사람들, 테라스에서 와인을 즐기는 이들, 벤치에 걸터앉아 로맨틱한 풍경을 배경으로 속삭이는 연인들…. 도루강은 변함없이 흐르고, 그 위를 지나간 순간들은 여행자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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